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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을 내려 놓고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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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배낭을 내려 놓고 본 풍경


홍대입구역 3번 출구가 어디로 나가는 곳인지도 모르고 후배 둘에게 오라고 했다. 장소를 정하지 못해 어물쩡 거리다가 머리 속에 떠오른 번호는 3 이었다.

서둘러 출구를 나서니, 달갑지 않은, 늦은 여름 토요일 이른 저녁의 비가, 내 안경을 괴롭혔다. 안경이 괴로우면 나도 피곤하다.

 

그리고 무작정 정착할 곳을 찾아 다니다 발견한, 한 수제 맥주집의 테라스에 앉아 세상 구경하는 여행자들.

그들의 의자 옆에, 잠시 내려 놓은 삶의 짐이 담긴 배낭들이 보였다.

 

나도 그들 처럼, 2층 테라스 한 켠에 앉아, 내 마음 같은 분홍빛 하늘과, 뒤에 줄지어 선 가게들의 시선을 빼앗지 않을만큼의 푸른 나무와, 군데군데 뿌려 놓은 노란 불빛과 그 속을 헤집고 다니는 차와 사람들.

 

적당히 붉고, 적당히 가려지고 적당히 밝고 또 적당히 붐비는 거리의 풍경.

그 속에서 정말 오랜만에 나도 잠시나마 배낭을 내려 놓고, 함께 앉아 마음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