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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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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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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사랑이야기 - 세계관과 개요 (진행중)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기쁨, 행복 그리고 영감을 위해 (초고)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훈이네 치킨집 이번이 몇 번째 일까? 도톰한 추억이 겹겹이 싸인 숙대 앞에 있는 훈이의 치킨가게. 나는 그곳으로 간다. 그 추억은 울 스웨터처럼 한 없이 부드러워졌다. 씻을 수 없다. 씻는 순간 쫄아들어 다시 입을 수 없다. 한 올 한 올 엮여진 그 모든 추억들이 마침내 그토록 포근해졌을 때는, 기억들과의 거리가 꽤나 멀어지고 나서였다. 기억이 소실되면 추억이 되었다. 추억에는 세세한 인과가 누락되어 있다. 그래서 추억이 된 것들에는 미소를 던질 수 있다. 치열하지 않은 한 주가 시무룩하게 사라질 무렵, 으례히 뭔가 마무리될 즈음에 찾는 보상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이, 이 정도에 불과한 자위에 얼마나 간단하게 길들여져 왔던가. 차라리 몸만 빼앗기는 돼지가 더 나아 보인다. 마음은 절대 내어줄 수 없다. 무..
2022 부산국제영화제 갈까 말까 망설였다.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을까? 혼자 가는 여행을 무척이나 즐기는 삶을 살아왔지만, 최근 7년 간은 기회가 전혀 없었다. 오랜만에 조우한 나의 본성이 낯설었다. 지난 화요일 밤이었다. 부산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지인 한 분이 영화와 예술계 인사 몇 명을 초빙하여 씨네 콘서트를 열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이틀 전인 일요일이었다. 그분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문화전문 잡지를 발간해 온 보기 드문 사람이다. 부산으로 향하는 KTX 예약을 하기에는 이미 늦었는지, 내가 원하는 시간에는 입석밖에 없었다. 뭐야! 가는 사람들이 많기는 많구나. 금요일 아침인데도 좌석이 없네. 결국 예약을 마쳤다. 전날 밤에는, 여행을 앞둔 반반치킨 같은 ..
카뮈를 추억하며 - 장 그르니에 (진행중) 이 책을 틈틈이 읽는다. 굳이 연속해서 읽을 필요가 없다. 카뮈(4)와 그 스승이었던 저자의 통찰력과 고귀한 행적들을 듣노라면 지성인의 발자취는 이렇게 남겨지고 그리고 또 이렇게 전해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번역 과정에서 저자의 뜻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했거나, 독자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는 점이다. 모든 명작들이 그렇지만, 읽다가 떠오르는 지성의 해는 내 영혼의 빛이 되고, 쏟아져 내리는 감성의 비는 내 영혼의 생명수가 된다. 읽으면서 수확하는, 새기고 싶은 그들의 전언들을 완독 할 때까지 기록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좋은 것이라고 여기지 않으면서도, 그리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 깊이 자각하고 있는 이를 설득할 수 없는데도 어떤 미덕을 강권하는 경향이 있다. 너..
어느 아침에 고개를 90도로 꺾은 채 - 오른쪽에 나이든 남자가 앉아서 졸고 있었기에 왼쪽으로 꺾었을 것이다.- 눈을 삼분의 일쯤 뜨고 자는 여자가 이층 버스의 이층 앞쪽 유리창에 반사되어 보였다. 보기만 해도 내 목이 다 뻐근 해졌다. 사람의 머리가 상당히 무겁다는데 혹시 머리가 복도 쪽으로 뚝 떨어지지는 않는지 자꾸만 눈이 갔다. 미모로 눈길을 끌기는 어려워 보이는 분이었다. 이 놈의 쓸데 없는 공감 능력. 내 바로 뒤에 앉은 찌질해 보이는 남자- 차창을 통해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려 곁눈질로 확인했다. -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연신 목을 큼큼거리며 목 안에 있는 목젖 주변을 청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집에서는 뭐하고 고요한 버스 안에서 그리 열심이었나.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거기가 자신이 가고자 했던 정..
왜 졸았지? 지하철안에서 그야말로 심각하게 조는 여성들을 본 게 이번이 세 번째였다. 물론 남성들도 졸지만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의 경험에 따르면 여성들이 더 많았다. 그것도 머리를 이리저리 부딪히며 조는 모습은 참 신기했다. 한 번은 내 옆에 앉은 여성이 아예 내 왼쪽 어깨에 기대고 잠을 잤다. 그러다 가끔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쓰다듬다가 또 다시 메트릭스 세상을 빠져나가곤 했다. 왼쪽 어깨나 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게 또 내릴 역이 되면 영혼이 마실 다니다가 칼 같이 귀가하며 급정신회복하고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내린다. 우와~ 정말 프로페셔널하게 보였다. 프로졸으머? 졸거나, 자거나 아니면 핸드폰 보거나, 또는 핸드폰 보면서 졸거나, 보던 핸드폰을 들고 자거나 그냥 깨어 있는 사람들. 그..
탐색 아니! 우연 Exploration Nay! Serendipity 내가 세고 있는 숫자에 관계없이 탐색의 영역을 확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혼자서 나의 숫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 탐색이란, 인간들이 주변에 있는 다른 존재들을 감지하고 간간히 감각과 지식을 이용하여 추측과 상상이라는 장난감을 꺼내, 의식의 유희를 즐기는 것이다. 쾌락의 일종이다. 검증할 필요도, 맞을 필요도 없는 그들의 세계이다. 자리에 앉아 있던 어떤 여인은 음악을 듣고 있지 않음에도 연신 다리를 들썩거리고, 힐을 신은 두 발을 춤추듯 흥겹게 휘저었다. 긴 다리와, 힐의 입술 위로 드러난 홀쭉하고 적당히 굴곡진 발등이 자랑스러운듯 했다. 다시 시선이 내 발끝을 향하는 좌표로 고정됐다. 그러나 시선의 흔적이 채 마르기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