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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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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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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이네 치킨집 이번이 몇 번째 일까? 도톰한 추억이 겹겹이 싸인 숙대 앞에 있는 훈이의 치킨가게. 나는 그곳으로 간다. 그 추억은 울 스웨터처럼 한 없이 부드러워졌다. 씻을 수 없다. 씻는 순간 쫄아들어 다시 입을 수 없다. 한 올 한 올 엮여진 그 모든 추억들이 마침내 그토록 포근해졌을 때는, 기억들과의 거리가 꽤나 멀어지고 나서였다. 기억이 소실되면 추억이 되었다. 추억에는 세세한 인과가 누락되어 있다. 그래서 추억이 된 것들에는 미소를 던질 수 있다. 치열하지 않은 한 주가 시무룩하게 사라질 무렵, 으례히 뭔가 마무리될 즈음에 찾는 보상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이, 이 정도에 불과한 자위에 얼마나 간단하게 길들여져 왔던가. 차라리 몸만 빼앗기는 돼지가 더 나아 보인다. 마음은 절대 내어줄 수 없다. 무..
어느 아침에 고개를 90도로 꺾은 채 - 오른쪽에 나이든 남자가 앉아서 졸고 있었기에 왼쪽으로 꺾었을 것이다.- 눈을 삼분의 일쯤 뜨고 자는 여자가 이층 버스의 이층 앞쪽 유리창에 반사되어 보였다. 보기만 해도 내 목이 다 뻐근 해졌다. 사람의 머리가 상당히 무겁다는데 혹시 머리가 복도 쪽으로 뚝 떨어지지는 않는지 자꾸만 눈이 갔다. 미모로 눈길을 끌기는 어려워 보이는 분이었다. 이 놈의 쓸데 없는 공감 능력. 내 바로 뒤에 앉은 찌질해 보이는 남자- 차창을 통해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려 곁눈질로 확인했다. -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연신 목을 큼큼거리며 목 안에 있는 목젖 주변을 청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집에서는 뭐하고 고요한 버스 안에서 그리 열심이었나.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거기가 자신이 가고자 했던 정..
왜 졸았지? 지하철안에서 그야말로 심각하게 조는 여성들을 본 게 이번이 세 번째였다. 물론 남성들도 졸지만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의 경험에 따르면 여성들이 더 많았다. 그것도 머리를 이리저리 부딪히며 조는 모습은 참 신기했다. 한 번은 내 옆에 앉은 여성이 아예 내 왼쪽 어깨에 기대고 잠을 잤다. 그러다 가끔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쓰다듬다가 또 다시 메트릭스 세상을 빠져나가곤 했다. 왼쪽 어깨나 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게 또 내릴 역이 되면 영혼이 마실 다니다가 칼 같이 귀가하며 급정신회복하고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내린다. 우와~ 정말 프로페셔널하게 보였다. 프로졸으머? 졸거나, 자거나 아니면 핸드폰 보거나, 또는 핸드폰 보면서 졸거나, 보던 핸드폰을 들고 자거나 그냥 깨어 있는 사람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