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 거센 비가 쏟아진 그 다음날, 비를 대신한 태양의 이글거림을 업고 하늘은 세상을 조롱하듯 그리도 맑고 아름다웠습니다.
일을 마무리하고 황급히 사무실을 나서, 최대한 빨리 한강으로 가려고 발버둥 쳤으나, 육중한 서울의 거리들은 꾸역꾸역 퍼담은 사람과 차량들을 자유롭게 놔두지 않고.
차 안에서 애를 끓이며, 황금빛 노을이 시들어가는 모양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아야만 했습니다.
저는 중심이 좋습니다.
이쪽저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가끔..... 어쩌다가 한 번씩 이쪽으로 또는 저쪽으로 기울어지는 맛.
하지만 지금은 중심을 담기 위한 다리 위는 너무 위험 하겠죠?
땀을 뻘뻘 흘리며 종종걸음으로 다다른 반포대교. 그 아름답던 노을은 가고......
하지만,
노을의 흔적에 버무려진 구름과 하늘 그리고 인간들이 꾸며 놓은 지상 위의 조잡한 장식물들.
이것이 진정한 자연일까요.
저는 산과 바다와 들과 나무와 강이 있는 곳만이 자연인줄 알았었는데, 이 광경을 보며 이것도 자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 거대한 63빌딩이 무슨 이쑤시개 부러진 조각 같군요.
하늘 아래......
강변북로와 한남대교의 일부.
낮의 강물은 아름답지만, 밤의 강물은 불빛이 있어 아름다운 것을.......
이것이 자연일까요? 아니면 달빛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는걸까요.
빠르게 움직이는 차량들. 그리고 칼로 그은 듯한 강물 위의 선. 불빛이 있는 곳은 인간의 작품, 불빛이 없는 곳은 신의 영역? 언젠가부터 인간들은 자신과 신의 영역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허겁지겁!
뛰어나와 삼각대 없이 찍어 본 사진들. 노출을 길게 할 수 없던터라 사진이 엉망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초보 아마추어의 보잘것 없는 장난을.
2005년 8월 7일
영어 버전: https://condepark.blogspot.com/2005/08/an-evening-and-han-river-after-rainin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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