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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앙은 누구일까 01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훈이네 치킨집 이번이 몇 번째 일까? 도톰한 추억이 겹겹이 싸인 숙대 앞에 있는 훈이의 치킨가게. 나는 그곳으로 간다. 그 추억은 울 스웨터처럼 한 없이 부드러워졌다. 씻을 수 없다. 씻는 순간 쫄아들어 다시 입을 수 없다. 한 올 한 올 엮여진 그 모든 추억들이 마침내 그토록 포근해졌을 때는, 기억들과의 거리가 꽤나 멀어지고 나서였다. 기억이 소실되면 추억이 되었다. 추억에는 세세한 인과가 누락되어 있다. 그래서 추억이 된 것들에는 미소를 던질 수 있다. 치열하지 않은 한 주가 시무룩하게 사라질 무렵, 으례히 뭔가 마무리될 즈음에 찾는 보상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이, 이 정도에 불과한 자위에 얼마나 간단하게 길들여져 왔던가. 차라리 몸만 빼앗기는 돼지가 더 나아 보인다. 마음은 절대 내어줄 수 없다. 무..
(001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진행중) Lev Nikolayevich Tolstoy Tol's Toy가 아니다. 내가 전 인류사를 통틀어서 가장 부러워하는 인물들 중 한 명이다. 비록 몰락해가던 한 귀족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지만, 그 몰락은 지금의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재산을 자랑하는 수준이었다. 1828년에 태어나 1910년에 기차역사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 시대에 82년을 살았으니 장수만세의 레전드로도 불릴만하다. 익히 알려진 바이지만, 말년에 가난하고 무식한 농노들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서 인간에 대한 사랑과 교훈이 담긴 그 유명한 단편집들을 줄줄이 내놓았다. 대표작 중의 하나인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유부녀가 바람피면 어떻게 결딴나는지를 저주하듯 보여줬다.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에 필적할 만한 유부녀-윈드-방지용 작품이다...
2022 부산국제영화제 갈까 말까 망설였다.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을까? 혼자 가는 여행을 무척이나 즐기는 삶을 살아왔지만, 최근 7년 간은 기회가 전혀 없었다. 오랜만에 조우한 나의 본성이 낯설었다. 지난 화요일 밤이었다. 부산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지인 한 분이 영화와 예술계 인사 몇 명을 초빙하여 씨네 콘서트를 열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이틀 전인 일요일이었다. 그분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문화전문 잡지를 발간해 온 보기 드문 사람이다. 부산으로 향하는 KTX 예약을 하기에는 이미 늦었는지, 내가 원하는 시간에는 입석밖에 없었다. 뭐야! 가는 사람들이 많기는 많구나. 금요일 아침인데도 좌석이 없네. 결국 예약을 마쳤다. 전날 밤에는, 여행을 앞둔 반반치킨 같은 ..
카뮈를 추억하며 - 장 그르니에 (진행중) 이 책을 틈틈이 읽는다. 굳이 연속해서 읽을 필요가 없다. 카뮈(4)와 그 스승이었던 저자의 통찰력과 고귀한 행적들을 듣노라면 지성인의 발자취는 이렇게 남겨지고 그리고 또 이렇게 전해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번역 과정에서 저자의 뜻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했거나, 독자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는 점이다. 모든 명작들이 그렇지만, 읽다가 떠오르는 지성의 해는 내 영혼의 빛이 되고, 쏟아져 내리는 감성의 비는 내 영혼의 생명수가 된다. 읽으면서 수확하는, 새기고 싶은 그들의 전언들을 완독 할 때까지 기록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좋은 것이라고 여기지 않으면서도, 그리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 깊이 자각하고 있는 이를 설득할 수 없는데도 어떤 미덕을 강권하는 경향이 있다. 너..
배낭을 내려 놓고 본 풍경 홍대입구역 3번 출구가 어디로 나가는 곳인지도 모르고 후배 둘에게 오라고 했다. 장소를 정하지 못해 어물쩡 거리다가 머리 속에 떠오른 번호는 3 이었다. 서둘러 출구를 나서니, 달갑지 않은, 늦은 여름 토요일 이른 저녁의 비가, 내 안경을 괴롭혔다. 안경이 괴로우면 나도 피곤하다. 그리고 무작정 정착할 곳을 찾아 다니다 발견한, 한 수제 맥주집의 테라스에 앉아 세상 구경하는 여행자들. 그들의 의자 옆에, 잠시 내려 놓은 삶의 짐이 담긴 배낭들이 보였다. 나도 그들 처럼, 2층 테라스 한 켠에 앉아, 내 마음 같은 분홍빛 하늘과, 뒤에 줄지어 선 가게들의 시선을 빼앗지 않을만큼의 푸른 나무와, 군데군데 뿌려 놓은 노란 불빛과 그 속을 헤집고 다니는 차와 사람들. 적당히 붉고, 적당히 가려지고 적당히 밝고 ..
어느 아침에 고개를 90도로 꺾은 채 - 오른쪽에 나이든 남자가 앉아서 졸고 있었기에 왼쪽으로 꺾었을 것이다.- 눈을 삼분의 일쯤 뜨고 자는 여자가 이층 버스의 이층 앞쪽 유리창에 반사되어 보였다. 보기만 해도 내 목이 다 뻐근 해졌다. 사람의 머리가 상당히 무겁다는데 혹시 머리가 복도 쪽으로 뚝 떨어지지는 않는지 자꾸만 눈이 갔다. 미모로 눈길을 끌기는 어려워 보이는 분이었다. 이 놈의 쓸데 없는 공감 능력. 내 바로 뒤에 앉은 찌질해 보이는 남자- 차창을 통해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려 곁눈질로 확인했다. -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연신 목을 큼큼거리며 목 안에 있는 목젖 주변을 청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집에서는 뭐하고 고요한 버스 안에서 그리 열심이었나.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거기가 자신이 가고자 했던 정..
왜 졸았지? 지하철안에서 그야말로 심각하게 조는 여성들을 본 게 이번이 세 번째였다. 물론 남성들도 졸지만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의 경험에 따르면 여성들이 더 많았다. 그것도 머리를 이리저리 부딪히며 조는 모습은 참 신기했다. 한 번은 내 옆에 앉은 여성이 아예 내 왼쪽 어깨에 기대고 잠을 잤다. 그러다 가끔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쓰다듬다가 또 다시 메트릭스 세상을 빠져나가곤 했다. 왼쪽 어깨나 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게 또 내릴 역이 되면 영혼이 마실 다니다가 칼 같이 귀가하며 급정신회복하고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내린다. 우와~ 정말 프로페셔널하게 보였다. 프로졸으머? 졸거나, 자거나 아니면 핸드폰 보거나, 또는 핸드폰 보면서 졸거나, 보던 핸드폰을 들고 자거나 그냥 깨어 있는 사람들. 그..